2017-04-02

아내의 일기 1 - 그날 이후

남편의 블로그 글을 읽고 남편의 심정을 좀 더 헤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남편 몰래 쓰는 나의 일기와 글을 공유하기로 했다. 좀 더 나은 우리를 위해 함께 블로그를 함께 쓰기로 했다.

난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가 써 두었던 일기를 기록하는 걸로 첫 시작 한다. 앞으로는 암투병 과정과 식단, 우리의 생활 기록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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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7일 나의 일기

한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암이라는 단어가 입으로 나오지를 않고 문자로 쓰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는데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사람들 북적거리고 정신없는 내시경실에서 암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게 지금 뭐지... 뭐지... 하다가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해서 정신줄을 놨다. 이 소식에 조퇴하고 집으로 온 남동생. 조카를 봐야 하는 엄마 대신 내 옆에 있어주라고 조퇴하고 엄마집으로 달려왔다. 엄마가 병원으로 왔고, 난 오지 말라는데 왔다며 짜증을 냈다. 신랑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세브란스 병원 예약 잡느라 내가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엄마에게 나도 내 감정을 주체 못해 짜증을 냈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엄마의 뒷모습을 처다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가 뒤 돌어보고 나에게 달려와 꼭 안아주셨다. 무서웠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놓고 담담하게 집에 와서... 교보문고 가서 책을 사야 겠다고 혼자 나와 차 안에서 언니와 통화하며 같이 펑펑 울었다. 책 4권을 사서 담담하게 준비를 하는 척 하며 조용하게 수술을 준비했다. 서로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검진 결과와 수술날짜를 기다리며 피가 말랐다.

언니와 형부, 남동생이 엄마집으로 혼자 오라고 불렀다. 형부가 우리집 고정비며 생활비에 대해서 꼼꼼히 물어보셨고 돈 걱정하지 말고 치료 받고 6개월 까지는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해주셨다. 그 이후는 다시 논의 해보자 하시며 현실인 조언을 해주셨다. 어린 내 남동생은 자기돈 3000만원을 써도 좋다고 해주었다. 너무 고맙고 부끄러웠다. 너무 너무 고마운데 고맙다는 이야기도 부족 할 만큼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항상 먼저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언니, 침묵으로 나를 돕는 동생.... 몸으로 마음으로 항상 챙겨주는 나의 엄마.  

그렇게 수술날짜를 기다리며 밤마다 공포감에 휩싸여 잠을 못자고 암카페를 기웃거리며 카카오톡 뒤적거리며 뜬눈으로 보내던 어느날 언니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괜찮다 동생아' 라는 글을 보고 밤새 얼마나 울었던지. 그때 정말 얼마나 울었던지. 언니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고맙다.  

수술 전날 친정집에 맡길 아이짐을 싸면서 울고, 고맙고 미안한 엄마에게 속썩여서 미안하다고 편지에 쓰며 또 얼마나 울었던지. 내가 잘 사는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베프들. 따뜻한 사람들. 걸러지는 인간관계. 이 또한 신경 쓰는 시간이 아깝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너무 고맙고 큰 힘이 된다.  

수술은 잘 됐고, 퇴원까지 일주일. 회복이 너무 잘 되어 기분이 좋은 우리였는데, 최종 병기는 대장암 3기B. 아.... 힘들다. 우리 너무 무섭고 힘들다. 그래도 일어났다. 정신 차리고 다시 항암 준비를 시작하며 4권의 책을 더 샀다고 이제 현명하게 준비 하고 잘 이겨내자. 우리는 이제 긴 싸움이다. 끝나지 않는... 

어떤날은 평화롭고 좋고, 어떤 날은 신랑의 평행선 고집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만, 신랑말이 틀린건 없다. 나와 의견이 다를 뿐... 괜찮다. 괜찮다 혼자 화를 추스리며 일기장에 온갓 욕을 써가며 또 감사 일기도 써가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미친년 처럼 지랄 할 때도 있고 너도 미친놈 처럼 헛소리 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가 흔들리지 않고 잘 인내 해주길 바라고, 나 또한 매번 비는 소원 처럼 '화를 다스려 나의 가정을 잘 이 끌 수 있게 해주세요' 잘 해낼 수 있게... 우리 잘 하자. 하루에도 몇 번씩 괴상한 생각에 머리가 삐쭛삐줏 서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이겨내자.  

따뜻한 위로와 응원. 너무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다음주부터 6개월의 항암 치료가 시작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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