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2

아내의 일기 2 - 수술 후 첫 등산

2017년 3월 6일 나의 일기




주말에 다녀온 고명산 누리길. 
좁은 산길을 따라 1시간 반을 걸었다. 몇일 전에 비가 와서 그런지 질퍽한 흙길을 걷느라 서로 말 없이 진흙을 피해 걷느라 바빴다. 어느 정도 걷다보니 산길에 익숙해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의 과거 이야기. 진단 받기 전까지만 해도 어떡하면 이혼할수 있을까 했던 내 우울했던 이야기. 그래도 돈 많이 벌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생했다 그래도 나니까 여기까지 왔다 난 참 잘한다. 자화자찬이야기.

신랑이야기는 
자긴 결혼해서 너무 잘 산다고 자부했는데 정말 엉망징창이였다. 난 여지것 너를 단 한번도 싫어해본적도, 싫다고 생각한적이 없는데 너의 마음이 그랬구나. 왜 난 몰랐을까. 너가 화를 안내고 그러니 우린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는 반복되는 실수는 하지 않겠다며...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참 말잘해... 내가 그렇게 지난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비판하지 않고 화내지도 않고 맞다 맞다... 그러며 차분하게 조근조근 참 말잘해.  
 
이런 시간, 이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서 얼마나 좋으냐며. 잃은게 있으면 얻는것도 있다하니 지금 부터 즐겁게 살자. 하며 산에서 내려와 보리밥 한그릇씩 사먹고 집으로 왔다. 
 
이제 시작된 고된 길이... 끝은 아름다운 인생길이 되기를...  
 
오늘은 좋고 내일은 힘들지언정... 오늘에 집중하기. 감사하기. 사랑하기.  
 
여전히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날 늘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똥고집 눈치 제로 서방님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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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습니다. 
2박 3일 이라고 해서 왔는데 3박 4일 예정이라네요. 
아직 검사중이라 항암 주사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침엔 컨티션이 좋고 (혼자 일어나서 명상하고 스트레칭하고 근력운동하고 하루 계획을 짜면서 시작)
운동도 잘 하고 생각도 정신도 맑아졌고 예전 연애 할때 보았던 차분함과 따뜻했던 말투도 보게되고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녁 3~4시쯤 되면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맥을 못추지만 정신은 차분하게 잘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맥 못 출때는 내 정신줄이 요동을 치지만 이정도면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항암 주사 시작.
막상 시작하니 또 무섭네. 
시간아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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