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2

아내의 일기 4 - 어느날

2017년 3월 27일 나의 일기

어느날의 일기. 
 
마음이 조급했다. 
수술하고 마음을 잠시 놨는데, 퇴원 후 3기B라는 최종 진단을 받고 다시 무너졌다. 
마음이 조급했다. 6개월에 항암치료를 위한 준비와 앞으로의 계획이 필요했다. 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암에 대한 공부에 더 집중했고 암에 좋다는 것 하나라도 더 먹여보려고 매일 마음을 동동거렸다.  
 
내 마음에 속도는 빨랐고 남편은 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런 속도의 차이에 난 화가 났고 화가 쌓여 한번씩 울음이 터져나왔다. 충돌이 일어났다. 그래 놓고는 또 죄책감에 잠을 못자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스렸다. 평소 화가나면 화를 종이에 쓰고 마음의 계획을 쓰던데로 다시 시작했다.

  


화를 참는것이 아니라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내 일에만 충실한다.
- 참견하지 않는다.
- 화내지 않는다.
- 싸우지 않는다.
- 각자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진다.
- 스스로 결정하되 의논한다.
- 결정을 믿어준다.
- 짜증내지 않는다.
-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화가 날때 마다 읽는다)


 
또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다. 남편의 속도를 믿기로 했다. 나는 잠시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나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어 감사하다. 감사 할 일이다. 
 
아마도 이날 부터였나...
어느날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옷을 챙겨입히고 있었다. 
암에 걸린 20대 청년이 '뚜르 드 프랑스'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한 동영상(끝내 사망한)을 보던 남편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다가가 꼭 안아주어고 나도 같이 울었다. 나의 시선이 달라진건지 남편의 속도가 붙은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너무 잘 해내고 있었다. 나와의 속도가 다를 뿐 신중하게 시작하고 잘 견뎌내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 보니 고작 두달 조금 넘는 시간 밖에 안지났다. 두달 동안 난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던가. 돌아보면 너무 잘 이겨낸 시간인데. 너와 내가 이렇게 잘 이겨내고 있어 우리에게 대견함을 느껴지는 두달의 시간. 현실은 끔찍하지만 마음은 더 커지고 단단해져가는 우리만에 훌륭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고작 두달일 수 있지만, 지금 처럼 10년 20년 30년을 잘 인내하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인내와 불편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요즘 느끼는 당신의 새로운 감정들과 경험들로 남은 여생 기쁨으로 채워갑시다. 죽음의 두려움 보다는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오늘 처럼 지금 처럼  단단하게 지켜갑시다. 
 
글을 씀으로써 마음을 더 다스린다. 
우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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