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8일 나의 일기
사랑하는 나에 아들아.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힘든 하나 밖에 없는 내 새끼.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집에서 때로는 이모집에서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이렇게 갑자기 떨어져 지낼 줄 모르고 밥 안먹는다고 혼내고 장난감 던진다고 혼내고 그만 좀 울라고 혼내고... 혼낸 기억만 나는구나. 너무 미안하다 내 새끼.
엄마 아빠 떨어져 지내느라, 새로오신 어린이집 선생님과 적응하느라 힘들지... 잘 지낸다 하여 잘 지낸다 생각했는데, 입병나서 밥도 못먹고 할머니 이모 손 잡고 병원 갔다 오고... 그 새로오신 선생님이 참 만만치 않겠더라. 그런데 어떡하겠니 너가 적응해야지... 마음이 짠해 죽겠다. 내 새끼.
더 잘 해주고 싶고 더 이뻐해주고 싶고 그런데 엄마도 지금 많이 바쁘고 힘들구나.
너를 지키기 위해 엄마 아빠가 지금 더 단단히 다 잡고 이겨내고 있으니까 너도 잘 견뎌주길 바란다. 엄마 아빠가 현명하게 잘 이겨낼꺼야. 너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커가자.
널 볼때 마다 너무 이뻐서 죽겠는데, 왜 이렇게 밥을 안먹니... ㅠㅠ 그러니까 자꾸 엄마가 소리 지르자나. 엄마가 아빠 밥, 너밥 차리느라 얼마나 힘든데... 협조 좀 부탁한다. 스스로 골고루 밥만 잘 먹으면 완벽한데... 엄마 욕심이니?
넌 정말 내 스타일이야. 오똑한 코, 무쌍 눈, 귀여운 표정. 내가 널 낳다니... 엄마눈에 너무 이쁜 내 새끼. 언제나 늘 사진 처럼 웃어줘서 고맙다. 내일 엄마가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갈께. 많이 많이 안아줄께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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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원 잘하고 큰 이상 없이 첫번째 항암치료 잘 받았습니다. 2주 뒤에 두번째 항암.
집에 와서 짐 풀고 잠시 눕는다는게 침대에서 골아 떨어져 자 버리고.
장봐다 저녁 차리고 치우고, 기력 없는 신랑은 저녁 먹고 침대에서 자네요.
식단 정리 하느라 컴퓨터 켰다가 미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편지 남겨봅니다.
글 잘 못쓰지만, 글쓰기가 심신안정에 큰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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