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9

항암 4차 까지 진행

벌써 항암 4차까지 끝나고 내일 모래면 5번재 항암을 시작한다.

3차때 너무 힘들어서 의사 선생님께 죽는소리 했더니 약을 좀 줄여줄까 라고 오히려 나에게 묻더라.. 그래서 일단은 한번 더 스케줄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4차도 만만치 않게 힘들어 5차 때 또 죽는소리좀 해서 약을 줄여볼까 한다.

주사 맞은날과 다음날까지는 별로 반응이 없다가, 주사 빼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메스거움이 급격히 심해졌다. 그 울렁거림은 이번이 최고다. 토는 안 했지만 냄세에 민감해 지고 양치 할때는 구역질 하고.. 문제는 속이 계속 그런상태로 5일 넘게 유지되고 그 다음주 월요일 저녁이 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구토방지제를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결국 월요일은 출근도 못 했다.

손 발도 점점 찌릿정도가 강해진다. 차가운 물건을 만지면 즉시 반응이 오고 잠깐 자세를 잘못 잡으면 손끝이 찌릿하고 저린다. 역시 차가운물은 여전히 마시지 못 한다. 목 넘길때 가시 걸린 느낌은 정말 기분 나쁘다.

음식을 씹는 순간 침샘에 자극이 엄청 오면서 근육이 엄청 당긴다. 10초 정도 있으면 안정되고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속도 안 좋은데 찬 음식도 잘 못 먹으니 반대로 뜨거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위 3가지 부작용은 끝까지 갈것 같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게다가 최근엔 많이 먹고 운동도 적게 하다 보니 살도 2~3kg 쪘다. 수술전 몸이 무겁던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항암한다고 보상 심리가 작용했는지 이것저것 단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던 탓도 있다. 부작용으로 몸이 힘들어지니 역시 마음도 약해지고 정신력도 약해지고..

다시 맘을 잡고자 산에 오른다.

정상까지 오르지도 않았다 ㅜㅜ

봄의 유명산 자연 휴양림

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미 오늘은 잘 시간이 되었으니 내일 부터는 꼭 다시 명상-운동-소식 하자.


2017-04-16

아내의 일기 5 - 나의 기도

매번 같은 나의 기도

성무가 흔들리지 않게 해주세요.
제 스스로를 다스려 나의 가족을 현명한 길로 이끌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처럼 부지런하게 살겠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꼭 이겨내겠습니다.

[대장암투병기] 항암치료 식단 정리 / 대장암식단

대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 3차까지 마쳤다. 
감사하게도 아직 까지는 먹는 것에 큰큰 어려움은 없다. 약간은 일반적인 부작용은 있지만... 
그래도 면역력을 위한 노력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처음에 몸에 좋다는 나물과 반찬을 잔득 만들고 밥상 한끼 차리는게 엄청 고됐다. 하지만 입맛에 안맞는 음식들을 안먹는 남편 때문에 속을 많이 끓였는데... 결과 적으로 나의 과욕이 나와 남편을 힘들게 했다는걸 깨달았다.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 못할 수 있다. 몸에 좋다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직접 겪어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밥 먹을때 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난 즐거운 식사 시간을 선택했고, 이제는 남편이 좋아하는 식성에 맞추어 잘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간소하면서도 핵심적인 몇가지만 꾸준히 챙겨먹고 있다. 

항암 치료 시작하면서 주로 먹는 식단을 정리해 놓는다. 
(주요 재료들은 유기농을 선호한다)






ㅁ 매일 챙겨 먹는 식품
+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시는 흑마늘 
+ 엄마 친구분이 직접 공수해 주시는 국산 비폴렌 
+ 카카오닙스 
+ 국산 복북자
+ 뉴질랜드산 프로폴리스 
+ 뉴질랜드산 마누카꿀 
+ 레몬 썰어 넣은 녹차 
+ 생수 대신 매일 끓여 먹는 현미물 
+ 풋사과즙 
+ 엄마 친구분이 내려주신 제주도 브로콜리+사과즙 
+ 떠먹는 플레인 요거트 + 프로바이오틱스 가루 


ㅁ 일주일에 두세번은 먹는 식품 
+ 마 주스 : 마, 사과, 바나나, 호두, 아몬드, 요구르트 
+ 포도 주스 : 씨 없는 포도 그대로 갈아서 
+ 사과당근 주스 : 휴롬으로 갈은 


ㅁ주로 먹는 식단 
# 입맛 없을 때는 또띠아 
: 싱싱한 야채와 직접 만든 살사소스(토마토, 양파, 파프리카, 마늘, 올리브유, 햄프씨드 등)와 사워크림(크림, 요거트, 레몬즙), 강황 넣고 삶은 닭가슴살 
또는 통밀식빵에 과일 넣은 샐러드 
: 냉동실에 통밀빵 보관해 뒀다 쨈 발라 먹는다. 단음식을 싫어 하는 사람이였는데 항암 치료 중에 단 음식이 땡긴단다. 땅콩쨈과 유기농딸기쨈 또는 내가 만든 딸기쨈, 마누카꿀을 발라 먹는다. 

# 밥 
수수 + 조 + 하노미쌀 
검정콩 + 강낭콩 + 밤콩(밤콩은 국산을 찾기 어려워 절대 미국산 아닌걸로만 구입)
유기농 현미를 넣다가 속쓰림의 원인인것으로 판단되어 뺐다. 그 이후 속스림 많이 줄어 듬.

# 강황카레 야채 볶음 
: 강황가루, 카레가루, 마늘, 올리브유, 토마토, 만가닥버섯, 양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파프리카, 잎새버섯 가루, 계란+우유, 꿀 
내식대로 만든 요리인데, 대장암에 좋다는 재료가 다 들어간다. 맛도 좋다. 자세한  레시피는 블로그에서 자세히 정리 해 보겠다.  
주로 아침에 먹는다. 

# 청국장 
청국장, 된장 추가 
말린 잎새버섯, 잎새버섯 가루, 표고버섯 가루, 만가닥 버섯,  청국장 가루, 미강가루
김치 약간, 애호박, 양파약간, 두부, 감자
+ 가끔 냉이 
+ 가끔 소고기 
된장국도 좋아하는데 건더기 많이 먹으라고 찌개위주로 끓인다. 
+시금치 된장국

# 카레 
강황가루, 시중판매 순한 카레, 토마토, 브로콜리 많이, 양파, 당근, 감자, 파프리카,
소고기 또는 닭고기

# 토마토 파스타 
유기농 토마토 소스 (청정원) 
유기농 통밀 스파게티 면
토마토2개, 마늘 많이, 양파, 만가닥버섯 많이, 브로콜리 많이, 올리브유 듬북, 파프리카, 강황에 삶아 놓은 닭가슴살, 견과류(호두, 아몬드) 빻아서, 햄프씨드 
면보다 건더기가 더 많게 만든다. 

#소갈비찜
항암하는 그 주에는 꼭 소갈비찜을 먹는다.
요리 잘 하시는 우리 엄마가 직접 매번 만들어 주신다. 단백질 보충에 집중하는 주다.

#생선 조림 
고등어조림 : 일반적인 레시피에 강황가루 첨가 
연어 조림 : 간장에 꿀 넣고 달달하게 조림 

#생선 구이
고등어 구이 : 굽기 전에 겉 표면에 강황 가루를 뿌려 굽고 바로 짠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 샤브샤브
소고기와 각종 야채, 육수는 내가 만든다. 
입맛 없을 때 고기와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샤브샤브 먹고 남은 육수는 다음날 죽해 먹으면 참 맛있다. (양파, 당근, 시금치 잘게 썰어 넣고 계란 풀어 넣고 참기름)

# 들깨 미역국

ㅁ 외식
# 오리진흙구이 : 집 근처 맛집 발견
# 추어탕 : 남원추어탕 집 근처 맛집
# 쌀국수 : 평소 좋아하는 메뉴라 집밥 싫을 때 
# 족발 
# 막국수 : 메밀 100%
# 한정식 : 청국장 정식, 보리밥 정식, 보리굴비 정식 등 
# 팥죽 
# 김밥 : 산에 갈때 가끔 


ㅁ 간식 
# 현미 누룽지
# 사과, 바나나, 포도, 오렌지 등 과일 
# 통밀빵 
# 국산콩 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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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단 여기 까지 정리







[대장암투병기] 외래항암치료 받을 때 준비사항

1차 항암 주사를 맞고 캐모포트 삽입 후 2차 부터는 외래를 통해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 3차 완료. 내일 4차 하러 GO! 잘 할 수 있다!! 아자! 




세브란스 4층 - 외래항암약물치료 센터 


ㅁ 외래 항암치료 하루 일과

병원에 도착하여 바로 채혈을 하고 종양내과로 가 병원 예약(도착)을 확인 한 후, 2시간 정도 피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담당 의사선생님과 진료를 마친 후 약물 치료실로 이동하여 혈압과 체중을 잰 후 접수신청 한다. 이후 약물 제조 시간과 병실 대기시간이 걸리는데 대기 시간은 병원 상황에 따라 다르고 보통 30분~1시간 기다리는것 같다. 




병실 처럼 생긴 치료실에서 캐모포트를 통해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한다.
주사는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맞은 후, 인퓨져 약통으로 교체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 온 후 48시간 동안 주사를 맞고 투입이 다 완료 되면 주사바늘을 제거 하러 다시 병원으로 간다. 2박 3일 간의 외래 항암 치료 끝난다. 


인퓨져 생김새



인퓨져 가방 - 가방을 허리에 차고 평소 생활을 한다.




ㅁ 외래 항암치료 준비사항 

1. 도시락과 물 
보통 오전에 병원에 도착하여 채혈을 한다. 우리는 아침 8시까지 병원에 간다. 
이래 저래 점심시간을 마주치게 된다. 항암 주사 투여 중에는 외부 출입이 안되기 때문에 병실에서 주사를 맞으며 점심을 먹어야 한다. 




집에서 과일과 샐러드, 물을 챙겨가고 샌드위치나 김밥은 병원 근처에서 구입해서 먹는다. 
사실 병원밥(매점식당)은 맛이 없어 살만한게 없다. 세브란스는 신촌이라 인근에 식당이 많아 내가 잠시 나가 몇가지 사온다.  잘 먹야 함으로 꼭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는다. 

정수기는 있어 물통이 있으면 되나, 되도록이면 몸에 좋은 물을 마시자. 집에서 현미수를 담아간다. 항암치료 중에 물 많이 마셔야 한다. 많이! 생과일 주스도 입맛 돋구는데 좋다. 대신 얼음이 들어간 주스는 안된다. 너무 찬음료 금지. 

2. 장갑과 마스크 
항암 주사를 맞으면 바로바로 부작용 증상이 약간씩 발생함으로 손 보호에 신경써야 한다. 찬 물건이 닿으면 손이 찌릿하는 증상이 바로 발생 할 수 있어 사전 예방은 필수! 또한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 

3. 인퓨져 가방 
한번 지급 받으면 우리가 직접 들고 다녀야 한다. 안가져 가면 새로 주긴 하지만 돈 주고 구입하는 것임으로 챙겨다니자. 

4. 이어폰 
병실은 항상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소음 차단이 필요하다. 

5. 시간 보내기용 도구
책이나 게임기, 스마트폰 있어서 괜찮으련지. 
울 신랑은 게임기가 필수다. 스마트폰 충전기도 필수. 



- 끝 










2017-04-15

내가 암에 걸린 이유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하고 나는 형을 따라 뉴질랜드로 갔다. 웰링턴 존슨빌에서 하숙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다양한 아시안들을 만난다. 숫기가 없던 나인데 영어도 못 하니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말을 걸어주면 어찌어찌 반응을 하곤 했다.

Wellington Boys College
4개월 동안 랭귀지 스쿨을 다녔고, 웰링턴 보이즈 컬리지에 4학년으로 입학했다. 학교를 간다고 해서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영어를 알아듣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한국사람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외로움이 극에 달한 상황으로 기억한다.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가 오신다는 말에 돌아가지 못 하고 남게 되었다. 그 뒤로 적응해서 살려고 노력했으나 역시나 쉽지 않았다.

의욕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버리고 있던 중 한국에서 온 유학생 형과 친해지고, 나는 어린 나이에 담배와 술을 시작했다. 그때가 16살 정도 된것 같다. 담배를 피면 어지럽고 기침하고... 술을 마시면 머리가 핑핑 돌고 토하고..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몸에서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이는데도 무시하고 결국 중독이 되어버렸다.

이때 부터 20년 동안이나 술과 담배를 쉰적이 없다. 특히 술은 마셨다 하면 만취가 되어 기억을 잃는 경우가 허다 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은 해장하러 캄보디아 쌀국수 집에 가서 엄청나게 매운 고추와 곁들인 쌀국수를 먹어야만 속이 진정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토목과를 지원해서 폴리텍을 다니기는 했지만 금방 관두었고 다시 자동자 엔지니어 과정을 시작했으나 바로 또 그만두었다. 그 뒤로 독립하여 밤에는 가라오케에서 일하고 낮에는 과일가게에서 일을했다. 또한 한국에서 이민 온 분이 차린 PC방에서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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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파이(georgie pie)는 진리!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식습관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가 주식이었고 출출하면 언제든지 나가서 냉동 고기파이를 사먹었다.

특히 밤에는 가라오케 일이 끝나면 새벽 3시 정도에 직원들과 나와서 스트립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집에 귀가하곤 했다. 새벽 3시에 문여는 술집은 스트립바 뿐이다.

이 생활도 지겨웠을까.. 20살이 되었을 때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컴퓨터 싸이언스과를 전공 하였지만 역시 대학생활도 썩 건강하지 않았다. 점심은 거의 고기파이나 빵으로 때우고 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녔다.

26살에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회식이 행복했다. 원래 좋아하던 술과 고기를 맘것 먹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아침까지 마시는 날도 많았다. 어떤날은 집에 기어 들어오는 모습을 와이프가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어 충격을 받고는 일시적으로 술을 줄이기는 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마신다. 3차 기본이다.

30대 중반에 와서는 확실히 술 마시는게 힘들어졌다. 아마 암 때문이라. 그럼에도 꾸준히 마신다. 난 술 좋아한다고 광고를 하고 다닌다. 사업을 하면서 술 마실 상대는 점점 더 늘어간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장암 3기 암 환자가 되었다.

2017-04-02

아내의 일기 4 - 어느날

2017년 3월 27일 나의 일기

어느날의 일기. 
 
마음이 조급했다. 
수술하고 마음을 잠시 놨는데, 퇴원 후 3기B라는 최종 진단을 받고 다시 무너졌다. 
마음이 조급했다. 6개월에 항암치료를 위한 준비와 앞으로의 계획이 필요했다. 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암에 대한 공부에 더 집중했고 암에 좋다는 것 하나라도 더 먹여보려고 매일 마음을 동동거렸다.  
 
내 마음에 속도는 빨랐고 남편은 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런 속도의 차이에 난 화가 났고 화가 쌓여 한번씩 울음이 터져나왔다. 충돌이 일어났다. 그래 놓고는 또 죄책감에 잠을 못자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스렸다. 평소 화가나면 화를 종이에 쓰고 마음의 계획을 쓰던데로 다시 시작했다.

  


화를 참는것이 아니라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내 일에만 충실한다.
- 참견하지 않는다.
- 화내지 않는다.
- 싸우지 않는다.
- 각자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진다.
- 스스로 결정하되 의논한다.
- 결정을 믿어준다.
- 짜증내지 않는다.
-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화가 날때 마다 읽는다)


 
또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다. 남편의 속도를 믿기로 했다. 나는 잠시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나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어 감사하다. 감사 할 일이다. 
 
아마도 이날 부터였나...
어느날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옷을 챙겨입히고 있었다. 
암에 걸린 20대 청년이 '뚜르 드 프랑스'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한 동영상(끝내 사망한)을 보던 남편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다가가 꼭 안아주어고 나도 같이 울었다. 나의 시선이 달라진건지 남편의 속도가 붙은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너무 잘 해내고 있었다. 나와의 속도가 다를 뿐 신중하게 시작하고 잘 견뎌내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 보니 고작 두달 조금 넘는 시간 밖에 안지났다. 두달 동안 난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던가. 돌아보면 너무 잘 이겨낸 시간인데. 너와 내가 이렇게 잘 이겨내고 있어 우리에게 대견함을 느껴지는 두달의 시간. 현실은 끔찍하지만 마음은 더 커지고 단단해져가는 우리만에 훌륭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고작 두달일 수 있지만, 지금 처럼 10년 20년 30년을 잘 인내하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인내와 불편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요즘 느끼는 당신의 새로운 감정들과 경험들로 남은 여생 기쁨으로 채워갑시다. 죽음의 두려움 보다는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오늘 처럼 지금 처럼  단단하게 지켜갑시다. 
 
글을 씀으로써 마음을 더 다스린다. 
우리를 위해.



아내의 일기 3 - 사랑하는 나에 아들아.

2017년 3월 8일 나의 일기


사랑하는 나에 아들아.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힘든 하나 밖에 없는 내 새끼.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집에서 때로는 이모집에서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이렇게 갑자기 떨어져 지낼 줄 모르고 밥 안먹는다고 혼내고 장난감 던진다고 혼내고 그만 좀 울라고 혼내고... 혼낸 기억만 나는구나. 너무 미안하다 내 새끼.  
 
엄마 아빠 떨어져 지내느라, 새로오신 어린이집 선생님과 적응하느라 힘들지... 잘 지낸다 하여 잘 지낸다 생각했는데, 입병나서 밥도 못먹고 할머니 이모 손 잡고 병원 갔다 오고... 그 새로오신 선생님이 참 만만치 않겠더라. 그런데 어떡하겠니 너가 적응해야지... 마음이 짠해 죽겠다. 내 새끼.  
 
더 잘 해주고 싶고 더 이뻐해주고 싶고 그런데 엄마도 지금 많이 바쁘고 힘들구나. 
너를 지키기 위해 엄마 아빠가 지금 더 단단히 다 잡고 이겨내고 있으니까 너도 잘 견뎌주길 바란다. 엄마 아빠가 현명하게 잘 이겨낼꺼야. 너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커가자.  
 
널 볼때 마다 너무 이뻐서 죽겠는데, 왜 이렇게 밥을 안먹니... ㅠㅠ 그러니까 자꾸 엄마가 소리 지르자나. 엄마가 아빠 밥, 너밥 차리느라 얼마나 힘든데... 협조 좀 부탁한다. 스스로 골고루 밥만 잘 먹으면 완벽한데... 엄마 욕심이니?  
 
넌 정말 내 스타일이야. 오똑한 코, 무쌍 눈, 귀여운 표정. 내가 널 낳다니... 엄마눈에 너무 이쁜 내 새끼. 언제나 늘 사진 처럼 웃어줘서 고맙다. 내일 엄마가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갈께. 많이 많이 안아줄께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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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원 잘하고 큰 이상 없이 첫번째 항암치료 잘 받았습니다. 2주 뒤에 두번째 항암. 
집에 와서 짐 풀고 잠시 눕는다는게 침대에서 골아 떨어져 자 버리고. 
장봐다 저녁 차리고 치우고, 기력 없는 신랑은 저녁 먹고 침대에서 자네요. 
식단 정리 하느라 컴퓨터 켰다가 미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편지 남겨봅니다. 
글 잘 못쓰지만, 글쓰기가 심신안정에 큰 도움이 되네요. 


아내의 일기 2 - 수술 후 첫 등산

2017년 3월 6일 나의 일기




주말에 다녀온 고명산 누리길. 
좁은 산길을 따라 1시간 반을 걸었다. 몇일 전에 비가 와서 그런지 질퍽한 흙길을 걷느라 서로 말 없이 진흙을 피해 걷느라 바빴다. 어느 정도 걷다보니 산길에 익숙해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의 과거 이야기. 진단 받기 전까지만 해도 어떡하면 이혼할수 있을까 했던 내 우울했던 이야기. 그래도 돈 많이 벌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생했다 그래도 나니까 여기까지 왔다 난 참 잘한다. 자화자찬이야기.

신랑이야기는 
자긴 결혼해서 너무 잘 산다고 자부했는데 정말 엉망징창이였다. 난 여지것 너를 단 한번도 싫어해본적도, 싫다고 생각한적이 없는데 너의 마음이 그랬구나. 왜 난 몰랐을까. 너가 화를 안내고 그러니 우린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는 반복되는 실수는 하지 않겠다며...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참 말잘해... 내가 그렇게 지난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비판하지 않고 화내지도 않고 맞다 맞다... 그러며 차분하게 조근조근 참 말잘해.  
 
이런 시간, 이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서 얼마나 좋으냐며. 잃은게 있으면 얻는것도 있다하니 지금 부터 즐겁게 살자. 하며 산에서 내려와 보리밥 한그릇씩 사먹고 집으로 왔다. 
 
이제 시작된 고된 길이... 끝은 아름다운 인생길이 되기를...  
 
오늘은 좋고 내일은 힘들지언정... 오늘에 집중하기. 감사하기. 사랑하기.  
 
여전히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날 늘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똥고집 눈치 제로 서방님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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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습니다. 
2박 3일 이라고 해서 왔는데 3박 4일 예정이라네요. 
아직 검사중이라 항암 주사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침엔 컨티션이 좋고 (혼자 일어나서 명상하고 스트레칭하고 근력운동하고 하루 계획을 짜면서 시작)
운동도 잘 하고 생각도 정신도 맑아졌고 예전 연애 할때 보았던 차분함과 따뜻했던 말투도 보게되고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녁 3~4시쯤 되면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맥을 못추지만 정신은 차분하게 잘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맥 못 출때는 내 정신줄이 요동을 치지만 이정도면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항암 주사 시작.
막상 시작하니 또 무섭네. 
시간아 빨리 가라...

아내의 일기 1 - 그날 이후

남편의 블로그 글을 읽고 남편의 심정을 좀 더 헤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남편 몰래 쓰는 나의 일기와 글을 공유하기로 했다. 좀 더 나은 우리를 위해 함께 블로그를 함께 쓰기로 했다.

난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가 써 두었던 일기를 기록하는 걸로 첫 시작 한다. 앞으로는 암투병 과정과 식단, 우리의 생활 기록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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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7일 나의 일기

한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암이라는 단어가 입으로 나오지를 않고 문자로 쓰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는데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사람들 북적거리고 정신없는 내시경실에서 암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게 지금 뭐지... 뭐지... 하다가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해서 정신줄을 놨다. 이 소식에 조퇴하고 집으로 온 남동생. 조카를 봐야 하는 엄마 대신 내 옆에 있어주라고 조퇴하고 엄마집으로 달려왔다. 엄마가 병원으로 왔고, 난 오지 말라는데 왔다며 짜증을 냈다. 신랑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세브란스 병원 예약 잡느라 내가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엄마에게 나도 내 감정을 주체 못해 짜증을 냈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엄마의 뒷모습을 처다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가 뒤 돌어보고 나에게 달려와 꼭 안아주셨다. 무서웠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놓고 담담하게 집에 와서... 교보문고 가서 책을 사야 겠다고 혼자 나와 차 안에서 언니와 통화하며 같이 펑펑 울었다. 책 4권을 사서 담담하게 준비를 하는 척 하며 조용하게 수술을 준비했다. 서로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검진 결과와 수술날짜를 기다리며 피가 말랐다.

언니와 형부, 남동생이 엄마집으로 혼자 오라고 불렀다. 형부가 우리집 고정비며 생활비에 대해서 꼼꼼히 물어보셨고 돈 걱정하지 말고 치료 받고 6개월 까지는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해주셨다. 그 이후는 다시 논의 해보자 하시며 현실인 조언을 해주셨다. 어린 내 남동생은 자기돈 3000만원을 써도 좋다고 해주었다. 너무 고맙고 부끄러웠다. 너무 너무 고마운데 고맙다는 이야기도 부족 할 만큼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항상 먼저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언니, 침묵으로 나를 돕는 동생.... 몸으로 마음으로 항상 챙겨주는 나의 엄마.  

그렇게 수술날짜를 기다리며 밤마다 공포감에 휩싸여 잠을 못자고 암카페를 기웃거리며 카카오톡 뒤적거리며 뜬눈으로 보내던 어느날 언니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괜찮다 동생아' 라는 글을 보고 밤새 얼마나 울었던지. 그때 정말 얼마나 울었던지. 언니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고맙다.  

수술 전날 친정집에 맡길 아이짐을 싸면서 울고, 고맙고 미안한 엄마에게 속썩여서 미안하다고 편지에 쓰며 또 얼마나 울었던지. 내가 잘 사는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베프들. 따뜻한 사람들. 걸러지는 인간관계. 이 또한 신경 쓰는 시간이 아깝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너무 고맙고 큰 힘이 된다.  

수술은 잘 됐고, 퇴원까지 일주일. 회복이 너무 잘 되어 기분이 좋은 우리였는데, 최종 병기는 대장암 3기B. 아.... 힘들다. 우리 너무 무섭고 힘들다. 그래도 일어났다. 정신 차리고 다시 항암 준비를 시작하며 4권의 책을 더 샀다고 이제 현명하게 준비 하고 잘 이겨내자. 우리는 이제 긴 싸움이다. 끝나지 않는... 

어떤날은 평화롭고 좋고, 어떤 날은 신랑의 평행선 고집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만, 신랑말이 틀린건 없다. 나와 의견이 다를 뿐... 괜찮다. 괜찮다 혼자 화를 추스리며 일기장에 온갓 욕을 써가며 또 감사 일기도 써가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미친년 처럼 지랄 할 때도 있고 너도 미친놈 처럼 헛소리 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가 흔들리지 않고 잘 인내 해주길 바라고, 나 또한 매번 비는 소원 처럼 '화를 다스려 나의 가정을 잘 이 끌 수 있게 해주세요' 잘 해낼 수 있게... 우리 잘 하자. 하루에도 몇 번씩 괴상한 생각에 머리가 삐쭛삐줏 서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이겨내자.  

따뜻한 위로와 응원. 너무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다음주부터 6개월의 항암 치료가 시작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