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3

아내의 일기 6 -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 그런 평범한 날.

유찬이랑 일어난 아침, 
먼저 일어난 신랑이 유찬이를 엄청 반기며 아침 부터 아이와 놀아준다. 이런 날이 없는데. 유찬이는 아침 부터 기분이 좋다. 

아침을 먹으며 신랑이 하는 말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유찬이가 눈에 너무 밟혔다, 보고 싶었다. 이런게 눈에 밟히는 느낌인가 싶다며...
원래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 보고 싶다 좋다라는 표현이 없다. 이런 사람이 자식이 눈에 밟힌다 하니 놀라고 감동스런 아침이다.  

두 남자가 아침 9시 출근길에 나섰다.  

누구나 똑같은 하루에 시작 일 수 있는 일이 우리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감동적인 날이다. 

이런날. 나에게는 뜻 깊다.  

오늘 정말 할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다. 청소 했고, 빨래 했고, 정리도 다 한... 저녁 준비. 오늘 저녁까지 먹고 오는 정말 몇 개월 만에 최대 자유의 날이다. 

뭘 해야 할까.  

그럼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내 좋아하는 순대국에 소주. 푼수 같지만, 좋아하는 단골집에 아침 부터 달려가 1인분 포장, 나가기전 생양파 찬물에 담궈놓고 오는 길에 소주 일병, 혹시나 해서 캔맥주 하나 샀다.  

내가 좋아하는 김제동의 톡투유 다시보기를 보며(한번도 본방을 못봤다. 항상 재방) 설거지감을 최대한 줄여서 순대국에 소주 일병 꺼내놓고 낄낄 거리며 한잔한다.  

아.... 너무 좋으네. 행복에 넘치는 이 시간이다. 
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이 너무 좋다. 얼마나 복인가.  

톡투유에 나온 사람들이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열심히 사는 우리들 이야기. 세월호 안타까운, 살릴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이야기. 마음것 눈물을 펑펑 흘리며 본다.  

머리 속에 스처가는 말들도 적어보고, 달고 달은 소주를 한병을 비우고. 혹시 몰라 산 맥주 한캔을 깐다.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오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이 얼마나 좋은가.  

문득 문득 쏟아지는 눈물이 내 알 수 없는 맘속 깊은 슬픔인지 스트레스인지, 나도 모르겠고. 모르겠지만. 지금 오늘이 좋다.  

오늘 우리 세사람이 함께 였으면 좋겠다.  

오늘은 할 일이 없다.




















2017-04-29

항암 4차 까지 진행

벌써 항암 4차까지 끝나고 내일 모래면 5번재 항암을 시작한다.

3차때 너무 힘들어서 의사 선생님께 죽는소리 했더니 약을 좀 줄여줄까 라고 오히려 나에게 묻더라.. 그래서 일단은 한번 더 스케줄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4차도 만만치 않게 힘들어 5차 때 또 죽는소리좀 해서 약을 줄여볼까 한다.

주사 맞은날과 다음날까지는 별로 반응이 없다가, 주사 빼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메스거움이 급격히 심해졌다. 그 울렁거림은 이번이 최고다. 토는 안 했지만 냄세에 민감해 지고 양치 할때는 구역질 하고.. 문제는 속이 계속 그런상태로 5일 넘게 유지되고 그 다음주 월요일 저녁이 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구토방지제를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결국 월요일은 출근도 못 했다.

손 발도 점점 찌릿정도가 강해진다. 차가운 물건을 만지면 즉시 반응이 오고 잠깐 자세를 잘못 잡으면 손끝이 찌릿하고 저린다. 역시 차가운물은 여전히 마시지 못 한다. 목 넘길때 가시 걸린 느낌은 정말 기분 나쁘다.

음식을 씹는 순간 침샘에 자극이 엄청 오면서 근육이 엄청 당긴다. 10초 정도 있으면 안정되고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속도 안 좋은데 찬 음식도 잘 못 먹으니 반대로 뜨거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위 3가지 부작용은 끝까지 갈것 같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게다가 최근엔 많이 먹고 운동도 적게 하다 보니 살도 2~3kg 쪘다. 수술전 몸이 무겁던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항암한다고 보상 심리가 작용했는지 이것저것 단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던 탓도 있다. 부작용으로 몸이 힘들어지니 역시 마음도 약해지고 정신력도 약해지고..

다시 맘을 잡고자 산에 오른다.

정상까지 오르지도 않았다 ㅜㅜ

봄의 유명산 자연 휴양림

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미 오늘은 잘 시간이 되었으니 내일 부터는 꼭 다시 명상-운동-소식 하자.


2017-04-16

아내의 일기 5 - 나의 기도

매번 같은 나의 기도

성무가 흔들리지 않게 해주세요.
제 스스로를 다스려 나의 가족을 현명한 길로 이끌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처럼 부지런하게 살겠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꼭 이겨내겠습니다.

[대장암투병기] 항암치료 식단 정리 / 대장암식단

대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 3차까지 마쳤다. 
감사하게도 아직 까지는 먹는 것에 큰큰 어려움은 없다. 약간은 일반적인 부작용은 있지만... 
그래도 면역력을 위한 노력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처음에 몸에 좋다는 나물과 반찬을 잔득 만들고 밥상 한끼 차리는게 엄청 고됐다. 하지만 입맛에 안맞는 음식들을 안먹는 남편 때문에 속을 많이 끓였는데... 결과 적으로 나의 과욕이 나와 남편을 힘들게 했다는걸 깨달았다.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 못할 수 있다. 몸에 좋다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직접 겪어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밥 먹을때 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난 즐거운 식사 시간을 선택했고, 이제는 남편이 좋아하는 식성에 맞추어 잘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간소하면서도 핵심적인 몇가지만 꾸준히 챙겨먹고 있다. 

항암 치료 시작하면서 주로 먹는 식단을 정리해 놓는다. 
(주요 재료들은 유기농을 선호한다)






ㅁ 매일 챙겨 먹는 식품
+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시는 흑마늘 
+ 엄마 친구분이 직접 공수해 주시는 국산 비폴렌 
+ 카카오닙스 
+ 국산 복북자
+ 뉴질랜드산 프로폴리스 
+ 뉴질랜드산 마누카꿀 
+ 레몬 썰어 넣은 녹차 
+ 생수 대신 매일 끓여 먹는 현미물 
+ 풋사과즙 
+ 엄마 친구분이 내려주신 제주도 브로콜리+사과즙 
+ 떠먹는 플레인 요거트 + 프로바이오틱스 가루 


ㅁ 일주일에 두세번은 먹는 식품 
+ 마 주스 : 마, 사과, 바나나, 호두, 아몬드, 요구르트 
+ 포도 주스 : 씨 없는 포도 그대로 갈아서 
+ 사과당근 주스 : 휴롬으로 갈은 


ㅁ주로 먹는 식단 
# 입맛 없을 때는 또띠아 
: 싱싱한 야채와 직접 만든 살사소스(토마토, 양파, 파프리카, 마늘, 올리브유, 햄프씨드 등)와 사워크림(크림, 요거트, 레몬즙), 강황 넣고 삶은 닭가슴살 
또는 통밀식빵에 과일 넣은 샐러드 
: 냉동실에 통밀빵 보관해 뒀다 쨈 발라 먹는다. 단음식을 싫어 하는 사람이였는데 항암 치료 중에 단 음식이 땡긴단다. 땅콩쨈과 유기농딸기쨈 또는 내가 만든 딸기쨈, 마누카꿀을 발라 먹는다. 

# 밥 
수수 + 조 + 하노미쌀 
검정콩 + 강낭콩 + 밤콩(밤콩은 국산을 찾기 어려워 절대 미국산 아닌걸로만 구입)
유기농 현미를 넣다가 속쓰림의 원인인것으로 판단되어 뺐다. 그 이후 속스림 많이 줄어 듬.

# 강황카레 야채 볶음 
: 강황가루, 카레가루, 마늘, 올리브유, 토마토, 만가닥버섯, 양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파프리카, 잎새버섯 가루, 계란+우유, 꿀 
내식대로 만든 요리인데, 대장암에 좋다는 재료가 다 들어간다. 맛도 좋다. 자세한  레시피는 블로그에서 자세히 정리 해 보겠다.  
주로 아침에 먹는다. 

# 청국장 
청국장, 된장 추가 
말린 잎새버섯, 잎새버섯 가루, 표고버섯 가루, 만가닥 버섯,  청국장 가루, 미강가루
김치 약간, 애호박, 양파약간, 두부, 감자
+ 가끔 냉이 
+ 가끔 소고기 
된장국도 좋아하는데 건더기 많이 먹으라고 찌개위주로 끓인다. 
+시금치 된장국

# 카레 
강황가루, 시중판매 순한 카레, 토마토, 브로콜리 많이, 양파, 당근, 감자, 파프리카,
소고기 또는 닭고기

# 토마토 파스타 
유기농 토마토 소스 (청정원) 
유기농 통밀 스파게티 면
토마토2개, 마늘 많이, 양파, 만가닥버섯 많이, 브로콜리 많이, 올리브유 듬북, 파프리카, 강황에 삶아 놓은 닭가슴살, 견과류(호두, 아몬드) 빻아서, 햄프씨드 
면보다 건더기가 더 많게 만든다. 

#소갈비찜
항암하는 그 주에는 꼭 소갈비찜을 먹는다.
요리 잘 하시는 우리 엄마가 직접 매번 만들어 주신다. 단백질 보충에 집중하는 주다.

#생선 조림 
고등어조림 : 일반적인 레시피에 강황가루 첨가 
연어 조림 : 간장에 꿀 넣고 달달하게 조림 

#생선 구이
고등어 구이 : 굽기 전에 겉 표면에 강황 가루를 뿌려 굽고 바로 짠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 샤브샤브
소고기와 각종 야채, 육수는 내가 만든다. 
입맛 없을 때 고기와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샤브샤브 먹고 남은 육수는 다음날 죽해 먹으면 참 맛있다. (양파, 당근, 시금치 잘게 썰어 넣고 계란 풀어 넣고 참기름)

# 들깨 미역국

ㅁ 외식
# 오리진흙구이 : 집 근처 맛집 발견
# 추어탕 : 남원추어탕 집 근처 맛집
# 쌀국수 : 평소 좋아하는 메뉴라 집밥 싫을 때 
# 족발 
# 막국수 : 메밀 100%
# 한정식 : 청국장 정식, 보리밥 정식, 보리굴비 정식 등 
# 팥죽 
# 김밥 : 산에 갈때 가끔 


ㅁ 간식 
# 현미 누룽지
# 사과, 바나나, 포도, 오렌지 등 과일 
# 통밀빵 
# 국산콩 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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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단 여기 까지 정리







[대장암투병기] 외래항암치료 받을 때 준비사항

1차 항암 주사를 맞고 캐모포트 삽입 후 2차 부터는 외래를 통해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 3차 완료. 내일 4차 하러 GO! 잘 할 수 있다!! 아자! 




세브란스 4층 - 외래항암약물치료 센터 


ㅁ 외래 항암치료 하루 일과

병원에 도착하여 바로 채혈을 하고 종양내과로 가 병원 예약(도착)을 확인 한 후, 2시간 정도 피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담당 의사선생님과 진료를 마친 후 약물 치료실로 이동하여 혈압과 체중을 잰 후 접수신청 한다. 이후 약물 제조 시간과 병실 대기시간이 걸리는데 대기 시간은 병원 상황에 따라 다르고 보통 30분~1시간 기다리는것 같다. 




병실 처럼 생긴 치료실에서 캐모포트를 통해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한다.
주사는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맞은 후, 인퓨져 약통으로 교체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 온 후 48시간 동안 주사를 맞고 투입이 다 완료 되면 주사바늘을 제거 하러 다시 병원으로 간다. 2박 3일 간의 외래 항암 치료 끝난다. 


인퓨져 생김새



인퓨져 가방 - 가방을 허리에 차고 평소 생활을 한다.




ㅁ 외래 항암치료 준비사항 

1. 도시락과 물 
보통 오전에 병원에 도착하여 채혈을 한다. 우리는 아침 8시까지 병원에 간다. 
이래 저래 점심시간을 마주치게 된다. 항암 주사 투여 중에는 외부 출입이 안되기 때문에 병실에서 주사를 맞으며 점심을 먹어야 한다. 




집에서 과일과 샐러드, 물을 챙겨가고 샌드위치나 김밥은 병원 근처에서 구입해서 먹는다. 
사실 병원밥(매점식당)은 맛이 없어 살만한게 없다. 세브란스는 신촌이라 인근에 식당이 많아 내가 잠시 나가 몇가지 사온다.  잘 먹야 함으로 꼭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는다. 

정수기는 있어 물통이 있으면 되나, 되도록이면 몸에 좋은 물을 마시자. 집에서 현미수를 담아간다. 항암치료 중에 물 많이 마셔야 한다. 많이! 생과일 주스도 입맛 돋구는데 좋다. 대신 얼음이 들어간 주스는 안된다. 너무 찬음료 금지. 

2. 장갑과 마스크 
항암 주사를 맞으면 바로바로 부작용 증상이 약간씩 발생함으로 손 보호에 신경써야 한다. 찬 물건이 닿으면 손이 찌릿하는 증상이 바로 발생 할 수 있어 사전 예방은 필수! 또한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 

3. 인퓨져 가방 
한번 지급 받으면 우리가 직접 들고 다녀야 한다. 안가져 가면 새로 주긴 하지만 돈 주고 구입하는 것임으로 챙겨다니자. 

4. 이어폰 
병실은 항상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소음 차단이 필요하다. 

5. 시간 보내기용 도구
책이나 게임기, 스마트폰 있어서 괜찮으련지. 
울 신랑은 게임기가 필수다. 스마트폰 충전기도 필수. 



- 끝 










2017-04-15

내가 암에 걸린 이유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하고 나는 형을 따라 뉴질랜드로 갔다. 웰링턴 존슨빌에서 하숙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다양한 아시안들을 만난다. 숫기가 없던 나인데 영어도 못 하니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말을 걸어주면 어찌어찌 반응을 하곤 했다.

Wellington Boys College
4개월 동안 랭귀지 스쿨을 다녔고, 웰링턴 보이즈 컬리지에 4학년으로 입학했다. 학교를 간다고 해서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영어를 알아듣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한국사람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외로움이 극에 달한 상황으로 기억한다.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가 오신다는 말에 돌아가지 못 하고 남게 되었다. 그 뒤로 적응해서 살려고 노력했으나 역시나 쉽지 않았다.

의욕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버리고 있던 중 한국에서 온 유학생 형과 친해지고, 나는 어린 나이에 담배와 술을 시작했다. 그때가 16살 정도 된것 같다. 담배를 피면 어지럽고 기침하고... 술을 마시면 머리가 핑핑 돌고 토하고..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몸에서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이는데도 무시하고 결국 중독이 되어버렸다.

이때 부터 20년 동안이나 술과 담배를 쉰적이 없다. 특히 술은 마셨다 하면 만취가 되어 기억을 잃는 경우가 허다 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은 해장하러 캄보디아 쌀국수 집에 가서 엄청나게 매운 고추와 곁들인 쌀국수를 먹어야만 속이 진정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토목과를 지원해서 폴리텍을 다니기는 했지만 금방 관두었고 다시 자동자 엔지니어 과정을 시작했으나 바로 또 그만두었다. 그 뒤로 독립하여 밤에는 가라오케에서 일하고 낮에는 과일가게에서 일을했다. 또한 한국에서 이민 온 분이 차린 PC방에서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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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파이(georgie pie)는 진리!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식습관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가 주식이었고 출출하면 언제든지 나가서 냉동 고기파이를 사먹었다.

특히 밤에는 가라오케 일이 끝나면 새벽 3시 정도에 직원들과 나와서 스트립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집에 귀가하곤 했다. 새벽 3시에 문여는 술집은 스트립바 뿐이다.

이 생활도 지겨웠을까.. 20살이 되었을 때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컴퓨터 싸이언스과를 전공 하였지만 역시 대학생활도 썩 건강하지 않았다. 점심은 거의 고기파이나 빵으로 때우고 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녔다.

26살에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회식이 행복했다. 원래 좋아하던 술과 고기를 맘것 먹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아침까지 마시는 날도 많았다. 어떤날은 집에 기어 들어오는 모습을 와이프가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어 충격을 받고는 일시적으로 술을 줄이기는 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마신다. 3차 기본이다.

30대 중반에 와서는 확실히 술 마시는게 힘들어졌다. 아마 암 때문이라. 그럼에도 꾸준히 마신다. 난 술 좋아한다고 광고를 하고 다닌다. 사업을 하면서 술 마실 상대는 점점 더 늘어간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장암 3기 암 환자가 되었다.

2017-04-02

아내의 일기 4 - 어느날

2017년 3월 27일 나의 일기

어느날의 일기. 
 
마음이 조급했다. 
수술하고 마음을 잠시 놨는데, 퇴원 후 3기B라는 최종 진단을 받고 다시 무너졌다. 
마음이 조급했다. 6개월에 항암치료를 위한 준비와 앞으로의 계획이 필요했다. 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암에 대한 공부에 더 집중했고 암에 좋다는 것 하나라도 더 먹여보려고 매일 마음을 동동거렸다.  
 
내 마음에 속도는 빨랐고 남편은 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런 속도의 차이에 난 화가 났고 화가 쌓여 한번씩 울음이 터져나왔다. 충돌이 일어났다. 그래 놓고는 또 죄책감에 잠을 못자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스렸다. 평소 화가나면 화를 종이에 쓰고 마음의 계획을 쓰던데로 다시 시작했다.

  


화를 참는것이 아니라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내 일에만 충실한다.
- 참견하지 않는다.
- 화내지 않는다.
- 싸우지 않는다.
- 각자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진다.
- 스스로 결정하되 의논한다.
- 결정을 믿어준다.
- 짜증내지 않는다.
-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화가 날때 마다 읽는다)


 
또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다. 남편의 속도를 믿기로 했다. 나는 잠시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나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어 감사하다. 감사 할 일이다. 
 
아마도 이날 부터였나...
어느날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옷을 챙겨입히고 있었다. 
암에 걸린 20대 청년이 '뚜르 드 프랑스'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한 동영상(끝내 사망한)을 보던 남편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다가가 꼭 안아주어고 나도 같이 울었다. 나의 시선이 달라진건지 남편의 속도가 붙은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너무 잘 해내고 있었다. 나와의 속도가 다를 뿐 신중하게 시작하고 잘 견뎌내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 보니 고작 두달 조금 넘는 시간 밖에 안지났다. 두달 동안 난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던가. 돌아보면 너무 잘 이겨낸 시간인데. 너와 내가 이렇게 잘 이겨내고 있어 우리에게 대견함을 느껴지는 두달의 시간. 현실은 끔찍하지만 마음은 더 커지고 단단해져가는 우리만에 훌륭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고작 두달일 수 있지만, 지금 처럼 10년 20년 30년을 잘 인내하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인내와 불편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요즘 느끼는 당신의 새로운 감정들과 경험들로 남은 여생 기쁨으로 채워갑시다. 죽음의 두려움 보다는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오늘 처럼 지금 처럼  단단하게 지켜갑시다. 
 
글을 씀으로써 마음을 더 다스린다. 
우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