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1

수술 보다 힘든 수술 전

2월 6일 입원

입원실이 없어 1인실로 배정받았다.

배위에 털을 밀고.. 관장약을 먹기 시작했다. 내시경때는 2리터를 먹었는데..그 때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4리터를 먹어야 한단다. 정말 엄청난 고통이었다. 일부 구토하기도 했고.. 빠른 소화를 위해서 병원 복도 걷기 운동도 했다.

수술 시간은 다음날 오후 2~3시 경으로 잡혔다. 불안 초초 긴장.. 계속 그런 상태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배안의 노폐물을 모두 제거한 느낌이다.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관장은 매우 중요하다는 신신당부를 잘 따른 것 같다.

오후 2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이동식 수술 침대로 옮겨탔다. 와이프와 같이 수술실 앞까지 같이 갔다. 잘 모르겠다. 긴장된다. 수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간호사가 와서 이것 저것 묻는다.
기도 해주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안 하기로 했다. 수술 대기실에는 나 말고도 여러 환자가 왔다가 수술실로 이동하고 그런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 안심이 된다.

30분을 두려움과 긴장으로 속이 탄다. 기다리는 고통은 말로 할 수 없다. 어서 빨리 이 고통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수술실로 이동한다. 수술대로 옮겨 타라고 한다. 수술대 위의 조명을 바라보는 느낌은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니다. 그리고는 발가락 손가락 가슴 등등에 뭔가 마구 붙인다. 설명을 해주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잎에 마스크를 댄다.

"윽... 냄세.."

그리고는 눈을 뜨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옮긴다. 그리고는 또 뭐라고 뭐라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입원실이다.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교수님도 보인다. 콧 줄을 바로 빼주셨고 매우 개운하다. 교수님은 수술이 잘 되었다고 안심 시켜주신다.

나는 교수님게 손을 잡아달라고 내민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감사하다는 말만 연달아 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처형이 눈에 들어온다. 동정심어린 눈 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가버렸다. 뭔가 내심 아쉬웠다. 좀더 있다가지 바로가나 ㅋㅋ

통증이 있다. 아프다. 하지만 견딜만하다.

다음날 부터 정신이 맑다. 그런데 입원실이 불편하다. 5인실 이었는데 시끄럽고 얼굴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다. 2인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하고 오후에 바로 2인실로 이동했다. 창가여서 너무 좋았다. 마음도 편하고 통증도 참을만 하고..




3일째 부터 걷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물과 미음도 먹었다. 방귀는 나오지 않는다. 숨 쉬는것도 어렵지 않다. 가래나 기침도 안 나온다. 전신마취 휴유증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새벽이 되어서야 속이 부글부글 끓더니 방귀가 아주 조금 나오다가 화장실가서 묽은변을 보았다. 그 뒤로 속이 아주 편하다.

다만 주사를 다른 팔로 옮겨는데 잘못 꽂았는지 혈관이 아프다. 약은 잘 들어간다고 하지만... 너무 아프다. 시간이 갈수록 팔이 붙고 통증은 확대 된다.

이젠 죽도 먹는다. 먹는데 불편함은 없다.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 다만 오줌줄과 피주머니가 상당히 불편하다. 특히 오줌줄은... 최악이다.

4일째 부터 몸은 더욱 좋아졌다. 오줌줄 빼달라고 졸라서 결국 빼기로 한다. 빼는데 아프다. 하지만 빼고나면 너무 좋다. 오줌을 충분히 배출시키지 못 하면 다시 단다고 하니.. 나는 모든 정신을 오줌 누는 것에 집중했고 성공했다. 오줌량이 처음에는 적어서 간호사도 불안해 했으나 점점 양이 많아져 안심했다.

5일째는 피주머니도 빼고 바늘도 빼 버렸다. 간호사가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린다면서 동의 없이 일단 빼주셨다. 살것 같다!! 내일 이면 퇴원이다.

2017-02-03

수술을 기다리며..

2월 7일 수술날짜 확정

운이 좋았다.

복부 CT, 엑스레이 등등 각종 검사결과 간이나 폐에서는 암이 보이지 않았다. 4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김남규 교수님은 환자를 안심시켜 주려고 노력하신다.
"림프절이 부은 것은 항상 암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대장 근처 림프절이 부어 있는것으로 보아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염증이 있을것이라고 한다.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3기고 없으면 2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수술 날짜도 굉장히 빨리 잡혔다. 원래 수술하기로 했던 환자가 거부했기 때문에 1주일 뒤로 예약이 됐다. 그리고 병원가서 알게되었지만 와이프가 병원에 편지를 썼기 때문에 더욱 각별히 간호사와 교수님께서 챙겨주신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어릴수록 더더욱 신경을 써주신다.

수술을 기다리며 각종 항암음식, 운동, 산책, 등상 등으로 체력을 기르는데 주력했다. 수술 바로 전에는 양평 산음자연휴양림을 가서 마음을 다 잡았다. 어릴 때 부터 수술에 대한 공포심이 워낙 유별나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던 터에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눈 위에 누워본 것이 얼마만인가 기분이 상쾌하다
건강식 챙기고 잘 잘고 하니 살이 빠진다 ㅎㅎ
겨울이라도 소나무가 있어 숲이 느껴진다
눈과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 소리가 마음을 참 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