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어난 신랑이 유찬이를 엄청 반기며 아침 부터 아이와 놀아준다. 이런 날이 없는데. 유찬이는 아침 부터 기분이 좋다.
아침을 먹으며 신랑이 하는 말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유찬이가 눈에 너무 밟혔다, 보고 싶었다. 이런게 눈에 밟히는 느낌인가 싶다며...
원래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 보고 싶다 좋다라는 표현이 없다. 이런 사람이 자식이 눈에 밟힌다 하니 놀라고 감동스런 아침이다.
두 남자가 아침 9시 출근길에 나섰다.
누구나 똑같은 하루에 시작 일 수 있는 일이 우리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감동적인 날이다.
이런날. 나에게는 뜻 깊다.
오늘 정말 할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다. 청소 했고, 빨래 했고, 정리도 다 한... 저녁 준비. 오늘 저녁까지 먹고 오는 정말 몇 개월 만에 최대 자유의 날이다.
뭘 해야 할까.
그럼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내 좋아하는 순대국에 소주. 푼수 같지만, 좋아하는 단골집에 아침 부터 달려가 1인분 포장, 나가기전 생양파 찬물에 담궈놓고 오는 길에 소주 일병, 혹시나 해서 캔맥주 하나 샀다.
내가 좋아하는 김제동의 톡투유 다시보기를 보며(한번도 본방을 못봤다. 항상 재방) 설거지감을 최대한 줄여서 순대국에 소주 일병 꺼내놓고 낄낄 거리며 한잔한다.
아.... 너무 좋으네. 행복에 넘치는 이 시간이다.
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이 너무 좋다. 얼마나 복인가.
톡투유에 나온 사람들이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열심히 사는 우리들 이야기. 세월호 안타까운, 살릴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이야기. 마음것 눈물을 펑펑 흘리며 본다.
머리 속에 스처가는 말들도 적어보고, 달고 달은 소주를 한병을 비우고. 혹시 몰라 산 맥주 한캔을 깐다.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오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이 얼마나 좋은가.
문득 문득 쏟아지는 눈물이 내 알 수 없는 맘속 깊은 슬픔인지 스트레스인지, 나도 모르겠고. 모르겠지만. 지금 오늘이 좋다.
오늘 우리 세사람이 함께 였으면 좋겠다.
오늘은 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