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서른여섯 대장암 3기를 진단 받다

1월 20일

미루고미루다 결국 위/대장 내시경을 받으로 가까운 일산병원을 갔다. 수면 내시경이기 때문에 보호자인 와이프와 같이 병원을 갔고, 내 차례가 오기까지 한참 걸렸다. 용종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신성무씨"
"신성무씨"

연달아 두번 내 이름을 불러, 대기실 의자에서 서둘러 일어나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옆으로 누으라고 하더니 목에 마취제를 뿌리고 팔에는 수면마취 약을 투여한다. 그렇게 1분 정도 흘렀나? 간호사들이 갑자기 분주해지면서 인정사정 없이 내 목에 내시경을 들이민다.

난 아직 의식이 있어 고통을 느꼈다. 그 뒤로 바로 또 항문으로 내시경을 들이민다. 들어가는 느낌이 생생하다. 결코 좋지 않는 느낌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뜨니 의사와 와이프는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모니터에 붉은 덩어리 같은 것이 꾀 심상치 않게 커 보였고, 비몽사몽 하면서도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난 아직도 내시경 받는 그 자세로 옆으로 누워 있을 뿐이다.

의사는 일정의 동점심도 없는 말투로 말한다.
"대장암 3기 입니다. 당장 입원하세요."
"암 덩어리가 커서 내시경이 결장을 통과하지 못 했습니다. S결장 암 입니다."

회복실로 이동하여 배속의 가스를 빼기 위해서 방귀를 여러차례 낀다. 아직도 비몽사몽하다. 그리고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없다. 멍 하다고 할까.. 두려움이나 걱정이나 아무것도 없다.


마침 일산병원은 세브란스 병원과 협력관계에 있다. 와이프 외삼촌이 예전에 대장암 수술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신촌세브란스 병원 김남규 교수님 진료 예약을 진행했다. 진료 예약이 쉽지는 않았다. 조직 검사 슬라이드를 들고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뒤에 장모님도 병원에 오셨다. 나를 마구 때리시면서 우신다. 난 여전히 아무 생각이 없다..

병원을 나와 점심을 먹으로 갔다. 근처에 홍콩식 중국음식을 하는 곳인데 맛이 아주 좋다. 예전 뉴질랜드에서 먹던 중국음식과 맛이 흡사하다. 별 생각없이 식사를 하고는 나와서 담배를 폈다.

와이프한테 한마디 던졌다.
"마지막 담배. 이것만 피고 끊을께"